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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 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연애시대 마지막 대사 中>

어차피 처음부터 “해피엔딩” 따위는 전혀 계획되지 않은듯 하다. 처음 시작부터 결말은 예고되었고, 그 뻔한 결말의 끝은 마치 아다치 미츠루 만화 H2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하듯이 그렇게 한 장면씩 표현되었다.

이 드라마는 “헤어진 부부의 재 결합기”가 아니다. 헤어진 부부를 통해 사랑하는 상대를 보는 눈과, 그 둘과 연관된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경쾌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주옥같은 대사도 눈물겨운 드라마도 뛰어난 영상미도, 드라마 내내 받침돌이 되어준 “너와 나”, “그와 그녀”의 이야기에는 단지 하나의 장식에 불과했다.

마지막 장면은 시간이 지나 5년 후의 지금을 살고 있는 그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뒤로 조곤조곤한 나레이션과 함께 끝이난다.

드라마의 좋은점 나쁜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내 친구의, 나의, 내 부모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기에 훗날 시간이 지나 여전히 해피엔딩으로 한걸음씩 다가가는중에 다시 한번 꺼내어 보고 싶은 그런 드라마다.

만약에 우리

그때 너를 그냥 지나쳤다면
우리 지금 더 행복했을까
아직도 믿고 싶은 내 사랑 속에는
언제나 처음 같은 내 모습이

그땐 뭐든 둘이었는데
이젠 모두 다 하나뿐이야
지금도 비어있는 내 맘 한자리
다시는 없을것 같은 그 사람

가끔 나 바람에게서
너를 만질수 있어
어느새 너무 멀리 간 너를
이렇게만 만날 수 있어

만약에 우리 이별도 사랑인줄 알았다면
우리 눈물도 행복인 줄 알았다면
다시 못 올 시간인 줄 알았다면
조금더 기다릴 수 있었다고

단한번도 내 마음 모두 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해

조금 늦게 너와 마주쳤다면
우리 오래 더 사랑했을까
아직도 찾지 못한 내 사랑속에는
언제나 거울같은 내 모습이

그때 우리 더 사랑했다면
지금 우린 더 행복했을까

– 만약에 우리 (연애시대 OST) by 진호

드라마 – 연애시대

지난 4월 미국출장 바로전에 정려원이 나오는 “너 어느별에서 왔니?”를 시작했는데, 몇편봤더니 재미있고, 나름 귀여운 정려원의 연기도 좋고 해서 출장중에도 어렵사리 파일을 받아 보곤 했다. 알고보니 쌍둥이 동생에 급작스런 신분상승 신데렐라 스토리와 언니의 애인과 연결.. 등등 다소 신파로 흐르긴했지만.. 그럭저럭 기본이상.


이때 같은 시간에 했던 드라마가 “연애시대” 손예진, 감우성이 나온다고 회사의 손예진 열성팬들이 얘기하던 드라마인데다, 개인적으로 손예진에 대한 평가가 그리 썩 좋지 않았던지라 그냥 그런 드라마겠거니.. 했는데, 나랑 같이 “너 어느별에서 왔니”를 보던 와이프가 “연애시대”로 옮겨가버려 홀로 드라마를 봐야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나 드라마를 잊고 지내던차에, TV의 어느 가요프로그램에서 연애시대 음악감독이 노영심이고, 그중 몇곡이 나왔는데 딱! 노영심 스타일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아.. 좋고나~ 란 편안함이 있었다. 그게 sweet sorrow의 “아무래 생각해도 난 너를”이란 노래였다. 때마침 “작업의 정석”에서 판에박힌 공주님 이미지를 벗은 손예진과 왕의 남자 주인공 감우성이 주인공이란 말에 연애시대를 찾아보게 되었다. (또한 정확한 타이밍에 ipod용으로 인코딩한 파일을 회사 동료가 알려줘서…)


이러저러 이유로 16편을 몽땅 받아서 첫회를 보고난후에.. “어… 이거 한편의 영화같네?” 란 생각이 들었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헤어진 연인/부부의 여차저차 재결합기”란 주제 – 결말은 와이프가 얘기해줘서 알고 있었고 – 에 남자, 여자, 그리고 그 주변인 (공형진, 이하나) 구성이란 태생적 약점을 잘 짜여진 이야기 스토리와, 곳곳에 박혀있는 굵직한 복선과, 조금씩 진행되는 이야기들과, 무엇보다도 공주님 재벌 이야기가 아닌 내 친구, 내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아주아주 만족하며 보고 있다.
(와이프는 결말을 알 수 없이 할듯말듯 진행되는게 좀 짜증스러웠다고 하지만 – 16회동안 그러니까 – 나는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 좀 더 느긋한 맘으로 하나하나 즐기고 있다)

“왜” 동진이 사산한 은호를 두고 “어디”로 갔는가 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스포일러성 멘트를 함구시키고 즐기다 보니 오늘로 벌써 10회째 보고 있다. – 스포일러성 comment가 달리면 지워버릴껴…
계획되고, 다듬어진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는 중학교땐가 본 “여명의 눈동자”이후로 처음인듯하다. 웃찾사만 찾아보던 내가 드라마를 즐기게 될줄이야. ㅋㅋ

아직 끝나지 않아 감상평을 적기는 좀 힘들지만.. 아직까지는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은 드라마다.

ps) DVD로도 나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