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 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처음부터 “해피엔딩” 따위는 전혀 계획되지 않은듯 하다. 처음 시작부터 결말은 예고되었고, 그 뻔한 결말의 끝은 마치 아다치 미츠루 만화 H2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하듯이 그렇게 한 장면씩 표현되었다.
이 드라마는 “헤어진 부부의 재 결합기”가 아니다. 헤어진 부부를 통해 사랑하는 상대를 보는 눈과, 그 둘과 연관된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경쾌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주옥같은 대사도 눈물겨운 드라마도 뛰어난 영상미도, 드라마 내내 받침돌이 되어준 “너와 나”, “그와 그녀”의 이야기에는 단지 하나의 장식에 불과했다.
마지막 장면은 시간이 지나 5년 후의 지금을 살고 있는 그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뒤로 조곤조곤한 나레이션과 함께 끝이난다.
드라마의 좋은점 나쁜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내 친구의, 나의, 내 부모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기에 훗날 시간이 지나 여전히 해피엔딩으로 한걸음씩 다가가는중에 다시 한번 꺼내어 보고 싶은 그런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