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제주도 – 우도

우도(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해서 우도라 한다)는 지난번 제주도 여행때 왔다가, 조그만 섬에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풍광에 매료되어 다시한번 가보리라 맘 먹었던 곳이다. 제주도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서귀포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골 바닷가 풍경을 즐기면서 성산일출봉 근처 자그만 항구에 내려 배를 타고 들어갔다.
마침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그 큰 페리호가 휘청거리며 아슬아슬하게 닻을 내리고 간것까지는 좋았으나, 평일에 바람도 많고, 성수기도 아니어서 그런지 선착장에서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잘못되었음은 금세 난감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터벅터벅 온갖 짐을 둘러메고 무작정 찾아 들어간 어느 민박집. 손님은 나 혼자고 방은 너무나 커서 휑~하고, 게다가 주인은 제주로 나가서 밤에나 온다고 옆 낚시점 주인이 대신 손님을 받았다.
그래.. 낚시점도 있으니 낚시도 하고 좋지머.. 그러나 바람이 이렇게 불면 고기 없다는 무심한 주인 아저씨의 말에 낮 11시부터 하루종일 뒹굴뒹굴.. 오후가 되니까 먹구름이 끼고 바람은 태풍처럼 변해가고. 민박집 자전거를 빌려 어렵게 어렵게 가게를 찾아 먹을걸 좀 사고.. 가스가 없어 생라면을 부셔먹으며 TV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는 게으름(내 의지가 아니었다고…)의 사치를 누리며 하루를 잤다.



유채꽃/다중노출

다음날은 너무나 어이없게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느즈막히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우도 한바퀴… 숙소 반대편쯤 갔을때 낚시를 하고 있는 두 아저씨를 발견하고 구경하고 있자니, “저쪽 가면 낚시점 있으니까 가서 미끼 사오슈. 같이 합시다” 우도 내 낚시점이 몇 안되는것 같은데… 내가 가지고 간 낚시대는 거의 장난감 수준이라.. 낚시줄과 찌 미끼를 사서 잽싸게 아저씨들과 합류했다.
때마침 물때라고 1-2시간 정도 하면 좋겠다는 말에 부푼꿈을 가지고 낚시대를 드리웠지만… 나에겐 운이 없었나보다. 갑자기 파도가 높아지고 해서.. 오늘은 텃다며 숙소로 돌아가 술이나 한잔 하자던 아저씨들을 뒤로 하고, 오후배로 우도를 떠났다.


서울 중소기업 사장님이라시던 조용한 아저씨

다음 목적지인 마라도(여긴 가본적이 없다)를 향해 우도의 정 반대편 모슬포항 버스를 타고, 버스안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일하신다는 허름한 여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 F80D/24-85G, 우도/제주도, 2005

2005, 제주도 – 민수형 결혼식

오랜 연애 생활의 결실로 민수형과 인자가 결혼식을 올렸다. 선배와 후배의 결혼식.
이직기간중 백수라는 이유로 하루 일찍 내려가 신랑 신부 드레스 입어보는 자리부터 같이 참석했다. 이 부부도 워낙에 바쁜지라 결혼식 전날 내려와서 드레스 가봉을 했는데, 이때는 내가 결혼하기 전이라 한편으로 부럽고 설레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결혼식 참석차 사람들이 내려오기로 해서, 그 전에 가까운 용두암 (여기도 대학 수학여행때 와보고 처음)을 찾았다. 내 기억과 너무나도 다른 용두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 기억은 탁 트인 바닷가에 파도가 철석이는 곳이었는데, 뒤로는 아파트, 좁은 도로 등 환경이 바뀐건지, 내 기억이 왜곡된건지…)


실망스런 용두암에 애꿎은 비행기 사진만 한장.

신랑, 신부 모두 제주도 사람이라서 결혼식도 제주도. 비행기 값이 올라서 표는 못 구해주고, 대신 편도 차비정도를 챙겨주는게 또한 제주도 결혼식의 관례 중 하나이고, 그 지방 전통과 함께 오랫동안 뻑적지근하게 하는걸로 유명하고, 신랑 신부 들러리 같은 부신랑/부신부도 있어서 결혼식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동기들과 함께 결혼식을 핑계로한 간단한 제주도 여행을 함께.


경마장에도 가고


무슨 영화인가, 드라마인가에 나왔다는 호텔앞 절벽에서


다음날 사람들은 모두 출근을 해야한다기에 제주도 공항에서 헤어진후 나는 우도-마라도에서 낚시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우도로 향했다.

@ F80D/24-85G/35, 제주도, 2005

2005, 제주도 – 목포

선배 결혼식 겸, 텔코웨어 -> 네오위즈 이직 중 짬을 내어 제주도엘 다녀왔다. 남는게 시간이요, 느긋한 여행을 위해 배로 가보기로 하고, 목포행 고속버스 막차를 타고, 생각보다 일찍 (3시간-3시간 반) 목포에 도착. 목포는 처음 가보는곳이고, 언론 및 영화에서 왜곡된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받은 바, 왠지 가기 머뭇거려지는, 낯선 곳인데, 새벽 4시에 여길 도착하니 막막할 수 밖에. 제주도 가는 배는 아침 9시. 5시간을 무얼하나 고민중에 누군가 목포에서 아침 배를 타려면 찜질방에서 쉬다가 가는게 좋다는 얘기가 생각나 무작정 택시를 타고 “가까운 찜질방이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구수한 (다소 살벌한 느낌의 그) 사투리로 “어서 왔소?”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던중. “제주 갈라믄 어차피 아침 먹어야 하잖소? 선착장 앞에 식당서 아침 백반 5천원잉께 거 묵고.. 잘 야그해서 거서 한숨자다 배 타소”란 아주 귀한 정보를 주셨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다들 그런식으로 한다고. 식당에 들어가 “잠 좀 자다가 아침먹고 배타려구요” 했더니 친절히 이불까지 꺼내주신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말 그대로 목포식 정식 (반찬만 무려 20여가지, 그 중 절반 이상이 난생 처음 먹어보는 바닷가 음식들)을 먹고 배에 올랐다.

(추자도 들러 두어시간 만에 제주까지 가는 쾌속선은 9시경. 매우 비싸고, 고속이라 멀미가 심하다 하여 4시간 정도 가는 페리호를 선택했다. “학생도 아니고, 배멀미도 있을지 모르고… 좋은걸로 타자” -> 1등석! (페리호는 1등석, 2등석 모두 별 차이 없어보였음)

아무튼.. 이렇게 태어나 두번째 제주행이 시작된다. (처음은 대학 수학여행으로)


아침 햇살을 듬뿍 안은 선착장 앞 밴치

@ F80D/24-85G, 목포 여객터미널, 2005

드라마 – 연애시대

지난 4월 미국출장 바로전에 정려원이 나오는 “너 어느별에서 왔니?”를 시작했는데, 몇편봤더니 재미있고, 나름 귀여운 정려원의 연기도 좋고 해서 출장중에도 어렵사리 파일을 받아 보곤 했다. 알고보니 쌍둥이 동생에 급작스런 신분상승 신데렐라 스토리와 언니의 애인과 연결.. 등등 다소 신파로 흐르긴했지만.. 그럭저럭 기본이상.


이때 같은 시간에 했던 드라마가 “연애시대” 손예진, 감우성이 나온다고 회사의 손예진 열성팬들이 얘기하던 드라마인데다, 개인적으로 손예진에 대한 평가가 그리 썩 좋지 않았던지라 그냥 그런 드라마겠거니.. 했는데, 나랑 같이 “너 어느별에서 왔니”를 보던 와이프가 “연애시대”로 옮겨가버려 홀로 드라마를 봐야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나 드라마를 잊고 지내던차에, TV의 어느 가요프로그램에서 연애시대 음악감독이 노영심이고, 그중 몇곡이 나왔는데 딱! 노영심 스타일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아.. 좋고나~ 란 편안함이 있었다. 그게 sweet sorrow의 “아무래 생각해도 난 너를”이란 노래였다. 때마침 “작업의 정석”에서 판에박힌 공주님 이미지를 벗은 손예진과 왕의 남자 주인공 감우성이 주인공이란 말에 연애시대를 찾아보게 되었다. (또한 정확한 타이밍에 ipod용으로 인코딩한 파일을 회사 동료가 알려줘서…)


이러저러 이유로 16편을 몽땅 받아서 첫회를 보고난후에.. “어… 이거 한편의 영화같네?” 란 생각이 들었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헤어진 연인/부부의 여차저차 재결합기”란 주제 – 결말은 와이프가 얘기해줘서 알고 있었고 – 에 남자, 여자, 그리고 그 주변인 (공형진, 이하나) 구성이란 태생적 약점을 잘 짜여진 이야기 스토리와, 곳곳에 박혀있는 굵직한 복선과, 조금씩 진행되는 이야기들과, 무엇보다도 공주님 재벌 이야기가 아닌 내 친구, 내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아주아주 만족하며 보고 있다.
(와이프는 결말을 알 수 없이 할듯말듯 진행되는게 좀 짜증스러웠다고 하지만 – 16회동안 그러니까 – 나는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 좀 더 느긋한 맘으로 하나하나 즐기고 있다)

“왜” 동진이 사산한 은호를 두고 “어디”로 갔는가 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스포일러성 멘트를 함구시키고 즐기다 보니 오늘로 벌써 10회째 보고 있다. – 스포일러성 comment가 달리면 지워버릴껴…
계획되고, 다듬어진 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는 중학교땐가 본 “여명의 눈동자”이후로 처음인듯하다. 웃찾사만 찾아보던 내가 드라마를 즐기게 될줄이야. ㅋㅋ

아직 끝나지 않아 감상평을 적기는 좀 힘들지만.. 아직까지는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은 드라마다.

ps) DVD로도 나왔다네.

휴가

깔끔한 햇살 아래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음악에 잘 만들어진 블로그를 넘나들으며 쉬는 휴가를 바라지만…

푹푹찌는 땡볕에 끈적거리며 곳곳이 쑤시는 몸뚱아리를 선풍기로 틀어막고 빵빵거리는 대문밖 빌어먹을 마을버스와 터질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누워있는것이 오늘 내 휴가.

젠장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며

요즘들어 열심히 묵은 사진들을 꺼내 블로그에 올리는 중입니다. (“한가하냐?” “시간 남냐?” 등의 우려섞인! 코멘트들이 있군요.)
사진은 틈틈이 (예전만큼 열혈 포토그래퍼는 아니지만) 찍고 손질하고, 블로그에 공개는 안했지만, 서버에 차곡차곡 쌓아둔게 벌써 1년하고도 절반이나 되었습니다. 그 중에 일생일대의 중대사도 치르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한 친구는 외국에 나갔고, 회사도 옮겼습니다. 10월즈음엔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기도 하구요.

사진은 제 취미이자, 제 삶의 기록입니다.
어려서 아버지께서 녹음기로 제 어렸을적 노래를 담은 테잎을 만들어 주셨듯이, 저도 훗날 아버지가 되면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성능 좋은 비디오카메라를 먼저 사야겠군요) 2000년 부터 찍었으니 이것도 6년째 되어갑니다. 예전 사진을 들춰보면서 좋아하는 것이 청승맞을지 몰라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아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이 블로그는 당신들과 저와의 통로이자, 제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 노트입니다.
저를 아는 (혹은 모르시는) 분들께 “쟤는 요즘 뭐하고 지내지?” 안부를 전함과 동시에 “쟤? 거기 가봐…” 하는 저를 표현하는 통로로서 이 블로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쪼록 요즘들어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시작함에따라 조금씩 조금씩 저와 제 반쪽의 (그리고 언젠간 새로운 가족까지) 살아가는 이야기로 채워가겠습니다.

저와 제 반쪽과 여러분의 모든 이야기로 채워진 이 블로그가 따뜻함과 여유로운 추억이 묻어날때쯤, 혹 압니까? 조그만 책으로 나올지?

두루 건강하시고, 언제나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모습되도록 오늘도 열심히~!

ps) 아직도 1년치의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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