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태국 #6 – 방콕

2003. 12. 7 – 방콕

Suk11 Guest house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카오산으로 이동했다. Suk11이 있는 쑤쿰윗에는 배낭여행자를 위한 여행사가 없어서, 모든 여행 상품이 비싸다. 역시 카오산이 제일 싼것 같다. 먹을거나 할거나…

카오산에 도착해서 여러 여행사를 알아보고, “꼬따오”로 가는 조인트 티켓 (버스 + 배)이 제일 싼것을 구했다. 그 여행사에 짐을 맡겨놓고, 7시까지 돌아오기로 하고, 카메라와 귀중품(여권/비행기표/돈)을 가지고 방콕의 왕궁 옆에 있는 “두씻 정원”을 가보기로 했다. 방콕의 왠만한 관광지 포인트는 지난번에 왔을때 가봐서 차이나타운과 두씻 정원외에는 특별한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카오산(방람푸)에서 운하버스를 타고 태왯(Tha Thewet) 선착장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두씻정원의 출입문이 예상과 달리 먼곳에 있어서 20여분 걸어서 두씻정원에 도착했고, 입구에서 표를 사서 (내국인은 무료, 외국인은 유료) 들어갔다.
두씻 정원은 태국의 국왕이 유럽을 다녀와서 유럽식 정원에 매료되어 만든 왕실 정원으로, 위만멕(Vimanmek)궁전을 포함해서 왕비/왕자/공주들이 살던 건물을 관광 장소로 개조하여 공개한 곳이다. 다른 곳과 달리 조용하고 한적하며, 전통 태국건물은 아니지만, 왕족이 살던곳답게 이쁘고 멋있다. 또한 왕족들의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특히 모든 건물에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와서 쉬었다가 가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다 🙂


두씻정원 바로 옆 국회의사당(?) 들어가려면 추가의 입장권이 필요하다.


위만멕 궁전앞 (졸업사진, 신혼여행 사진 포인트로 유명한듯 하다)


두씻 정원을 나와 툭툭을 타고 찾아간 곳은 “푸카오텅”으로 “황금의 산”이란 뜻이다. 방콕은 산/언덕이 없는 완전한 평지인데, 사람이 손으로 만든 산으로 왓 싸껫이란 사원 안에 있다.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 보면 방콕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카오텅 꼭대기 불탑


방콕 시내


푸카오텅 꼭대기에서 방콕 시내를 보고 있다가 주황색 옷의 승려가 말을 건넨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책… 그게 뭐냐? 한국사람들은 모두 그걸 가지고 있던데…”
“아.. 이거? 태국 여행 가이드 북이야. 한국에선 이 책이 태국에 대해서 가장 자세히 나와있어”
로 시작된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승려의 이름은 들었는데, 어려워서 까먹었고. 나랑 나이가 엇비슷했다. 지금은 사원에서 승려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고, 집은 태국 북서부쪽이며, 오늘은 휴가차 놀러(?) 나왔다고 한다. 한국/중국/티벳/태국 불교의 차이점도 들었는데, 태국 불교의 특징은 부처와 국왕을 같이 신으로 모신다는 것이다. 태국 사람들의 국왕에 대한 충성은 유명한데, 종교에서 정식으로 신으로 모신다는 말은 매우 새로웠다.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에 외세에 지배당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인데, 국민들은 이를 국왕의 능력으로 생각하여 매우 자부심이 강하다고 한다.)

푸카오텅을 나와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가는 길


12월 5일은 국왕의 생일로 축제가 벌어지는 국경일이다.


태국 사진 동호회 사람들, 다들 DSLR을 가지고 있었다. 태국내 최상류층인듯.


라마 3세 공원


태국에도 4.19처럼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 이를 기념하는 민주 기념탑

자… 지금부터 이번 여행 최고의 에피소드 시작

카오산에 도착해서 바로 짐을 맡겼던 여행사를 들어갔다. 아… 내 가방이 없다. 여자들만 있는 여행사였는데,
“내 가방 어딨어?”
“어? 어? 뭐? 너 가방 맡겼어?”
내가 맡기면서 눈도장 찍은 사람은 퇴근했단다.
“정말 맡긴거야? 확실해? 딴데 둔거 아니고?”
아.. 슬슬 미치고 환장하기 시작한다.
“아까 내가 표 구입한 그 여자가 알거야 전화해봐”
그 여자가 왔다. 다행히 기억난단다. 근데, 가방이 어딨는지는 모르겠단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것이, 내가 가는 꼬따오행 버스보다 1시간 앞에 떠난 “꼬싸무이”행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 남자 가방 옆에 내껄 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꼬싸무이 버스에 내꺼 있는거 아냐?”
“설마… 잠시만.”
이리저리 한도 끝도 없이 전화를 한다.
“따라와… 가보자”
여자 세명과 한 택시를 타고 낯선곳으로 달려간다. 이미 떠난 버스를 잡으러. -.-;
버스는 이미 고속도로에 들어섰고, 우리는 계속 쫓아간다. 아, 난 8시 버스를 여행사 앞에서 다시 타야한다. 지금은 7시. 버스를 따라잡았다. 바로 짐칸을 열어서 배낭을 뒤졌다. 아…. 있다.
“아.. 여기 있다.”
여행사 직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버스 승객들에게 일일이 묻는다.
“이 가방 주인 있냐? 있냐? 있냐?”
당연히 아무도 없지. 내껀데. 그러는 동안 버스안의 40여명의 외국인들이 창문을 통해 나를 쳐다본다. 태국애들 4명이서 버스 세우고 뭐하는거야? 하는 눈으로.. -.-;
그때 여행사에서 봤던 그 외국 남자가 나온다.
“니가 가져갔냐? 이 가방?”
“아니.. 난 모르는 일인데?”
씨.. 모르긴 왜 몰라, 그 여행사에는 너밖에 없었는데. 하지만 증거가 없다. 나도 버스를 타려면 바쁘다.
가방을 가지고 다시 택시를 타고 여행사로 돌아왔다. 여행사 직원이 나한테 건넨 말은 단 한마디.
“Are you OK?”
태국 사람들은 I’m sorry를 안한다고 누가 그러더라. 진짜다. 너무 황당하니까 웃음만 나올뿐 화도 안나더군. 다행히 여권/지갑/돈은 따로 가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무튼. 버스 출발 시간안에 다시 도착해서.. 여행사 직원은 600원 짜리 물한병 주고 잘가라고 한다. 안녕.

8시에 여행사 앞에서 출발. 사람들을 모아서 버스가 출발하는곳에 9시 도착.
버스가 밀려서 늦게 온다고 한다. 11시 반 출발. (방콕 -> 춤폰 -> 배 -> 꼬따오)
앉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다. 보통 버스나 차에서 잠을 못자는 편인데, 출발할때 부터 도착할때 까지 한번도 깨지 않았다. -.-v 6시에 도착해 8시 배를 타고 꼬따오에 도착하니 10시. 바로 Ban’s Dive 라는 다이빙 샵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다이빙을 제대로 배우려면 영어보다는 한국말이 쉬울것 같아서 한국인 강사가 있는 반스 다이브를 선택)

2003, 태국 #prologue
2003, 태국 #1 – 방콕
2003, 캄보디아 #2 – 앙코르 1
2003, 캄보디아 #3 – 앙코르 2
2003, 캄보디아 #4 – 앙코르 3
2003, 캄보디아 #5 – 앙코르 4
2003, 태국 #6 – 방콕
2003, 태국 #7 – 꼬따오(다이빙), 꼬싸무이
2003, 태국 #8 – 아유타야
2003, 태국 #epilogue

@ F80D/24-85G/G5, 방콕-태국,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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