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를 위한 몰디브”란 말을 듣고 있는 필리핀 팔라완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은 몰디브지만 “시간관계상” 필리핀으로. 나중에 아이의 손을 잡고 여유있게 몰디브엘 가자는 다짐을 하고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저녁 결혼식에, 간단히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고 호텔에 들어선 시각이 새벽 1시. 3시간 정도를 자고 그 비싼 호텔비를 내고 (친구들이 잡아줬다고) 새벽을 가르며 공항에 도착.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이드와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카지노엘 갔다. 아내는 카지노가 처음이고, 나는 라스베가스 출장때 한번 가본 (이때 25센트 슬롯머신에서 100여불을 땄다는 -.-v) 적이 있었는데, 우린 돈을 따는게 아니라 카지노를 즐기자는 마음에 일인당 만원? 정도씩을 바꿔 이 돈을 다 잃을때 까지 이것저것 해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필리핀 국내선을 타고 팔라완으로 들어가려는데, 가이드가 “가끔 고장으로 비행기가 늦어지기도 하니까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제일 늦은적이 3시간인데.. 딱 한번 그랬어요”란다. 그렇다. 우린 그날 3시간 반을 공항에서 비행기가 출발하기만 기다렸다. 탔다 내렸다, 탔다 내렸다, 탔다. 이제야 출발한다. “하하. 우리가 그 기록을 깼네~~!!”
마닐라 국내선 공항에서, 해가 예쁘게 뜬다.
40인승 정도 되는 조그만 비행기에 타자, 기내에서 하얀 연기가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이거.. 머야.. 왜이레 살벌하게.. 그거.. 수증기랜다. 워낙에 습하다 보니 에어컨 켜면 바로 기내가 손오공 근두운 타듯이 구름을 타고 날아간다. 하아~
팔라완 공항은 어이없다, 귀엽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비포장 활주로다. 그렇다. 비포장이다.
하늘에서는 그냥 길인줄 알았던 그곳이 비행장이다. 드드드드드드…. 흙먼지와 함께 무사히 비행기가 멈추고, 나뭇잎으로 엮은 조그만 공항은 대부분 우리가 묵을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로 가는 사람들이었고, 리조트에서 마중나온 가이드를 따라 미군 짚차를 개조해 만든 지프니(버스)를 타고, 다시 방카(배)를 타고 리조트에 들어갔다.
친구에게 들은 몰디브와 거의 같은 시스템으로 리조트가 운영되며, 리조트에 마련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고 참여하여 즐기면 된다. (단, 스킨스쿠버는 1회만 제공) 모든 스탭들은 낮에는 각자 담당하는 위치에서 (요리사, 안내, maid, 강사 등) 일하고, 저녁시간에는 이들이 모두 모여 공연을 한다. 프로는 아니지만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재미있는것은 entertainer가 따로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식사시간, sunset 크루즈 동안에 기타와 함께 노래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 노래를 많이 알고 있었다.
매 식사는 뷔페로 제공되었고, 한국 신혼여행객이 자주 찾아, 항상 김치가 한쪽에 제공되었다. ㅎㅎ 아쉬운건 다른 커플들과 사귀어서 같이 놀기도 하고 그럼 좋았을텐데… 우리랑 같이 들어간 몇 안되는 커플중 하나는 우리보다 먼저 돌아가고, 또 한 커플은 프로그램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방에서만… ㅋㅋ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sunset 크루즈와 낚시는 날씨와, 조황에 따라 (아무도 못잡았다) 별로였고, 우리는 추가의 비용을 내고, 스킨스쿠버 1회더, 아침에 하는 트롤링 낚시를 더 즐겼다. 아내는 물속에 상어가 있을까봐 겁내했지만, 한번 들어갔다 와서는 “한번더~”를 외치며 스킨스쿠버 재미에 빠졌고, 트롤링 낚시(달리는 배에 미끼를 매달아 주로 큰 고기를 낚는다)에서도 아내의 낚시줄에 (결국은 자기가 잡은거라고 주장한다) 큰 고기가 걸려, 스탭이 이것을 회로 떠 주기도 했다. – 열대어 회… 나름 괜찮다. –
같은 기간동안 일본인 가족과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나서 인사도 하고, 귀여운 아기들과 놀기도 하며, 돌아와서는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답장은 없다) 큰애가 ayane, 작은애가 misa.
마지막날 밤에는 한껏 차려입은 아내와 파티형식으로 이뤄진 저녁을 먹고, 트롤링 낚시 스탭과 맥주를 마시며 (완전 아저씨인데, 나보다 두어살 많고, 딸이 7살이라고…) 후회없이 재미있게 지낸 신혼여행의 마지막을 보냈다. 리조트를 나가는 날 모든 스탭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마닐라로…
마닐라에서 다시 가이드와 만나 피나투보 화산 트래킹을 하고 (음.. 별로였다) 쇼핑을 하고 (으례 신혼여행에는 양가 선물을 무척이나 빠방하게 한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나씩 올라오는 오빠의 글들을 보면서 그날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내요.
오빠를 만나서 행복하고,
오빠가 곁에있어줘서 고맙고,
오빠가 내 남편이어서 다행이고,
오빠를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