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캄보디아 #5 – 앙코르 4

2003.12. 5 – 앙코르 투어 마지막 3일차

앙코르 추천 일정표에 따르면 3일차 오전까지 보면 대표적인 유적을 대부분 볼 수 있다. 이후에는 마음에 드는 유적을 좀더 찾아보거나, 동양 최대 호수라는 똔레삽 호수를 투어한다. 우리는 똔레삽 호수 가는길의 롤레이를 들렀다가 똔레삽을 보기로 했다. 똔레삽 관광을 가면 “무료 민물 새우”를 먹을 수 있다길레…
오전 일정은 다른때 보다 많은 일곱개의 유적을 돌아야 한다. 조그만 사원들이 모여있으므로 보기에 어렵진 않지만, 출발 부터 툭툭 기사가 오늘은 “빨리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빨리 움직여 각 유적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것이 단점.

쁘라삿 끄라반(Prasat Kravan)
10세기 초, 하르샤바르만 1세때 완공.
단정한 모습의 작은 사원으로, 내부의 비슈누와 가루다 조각이 훌륭하다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다.
쁘라삿 끄라반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07.html


쁘라삿 끄라반

쓰라 쓰랑(Srah Sraeng)
반띠아이 끄데이 맞은편에 있으며, 10세기 중엽 라젠드라바르만 왕때 처음 지어졌고, 11세기말, 혹은 12세기 초 자야바르만 7세가 재 건축하였다. 왕의 목욕탕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꽤나 큰 호수에서 목욕하려면 좀 썰렁했을것 같다.
쓰라 쓰랑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25.html


쓰라 쓰랑

반띠아이 끄데이(Banteay Kdei)
12세기 중엽에서 13세기 초, 자야바르만 7세
앙코르 유적은 입구를 지키는 관리인외에 유적 곳곳에 도굴과 유적 훼손을 막고, 청소를 위해 관리인들이 상주한다. 반띠아이 끄데이에서 이런 관리인중 경찰같아 보이는 아저씨가 계속 쫓아다니며 캄보디아 경찰배지를 사라고 조용히 물건을 팔던 모습이 기억난다. 다른 관리인들도 아무말 못하는것으로 보아 나이가 많거나, 비교적 높은 지위의 사람이었던것 같다.
반띠아이 끄데이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22.html


반띠아이 끄데이 입구


사원 중앙의 석불


자야바르만 7세때 들어온 불교는 이후 힌두교에 의해 천대받는다.
그 일례로 불상 조각은 힌두 신자들이 모두 훼손시켜 놓았다고 한다.


압사라 조각

따쁘롬(Ta Prohm)
12세기 중반-13세기 초, 자야바르만 7세
이 유적은 통행로만 닦아 놓았을뿐 자연이 어떻게 사원을 무너지게 했는지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전혀 복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 사원은 “툼레이더”의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건물의 벽에서 자라는 나무가 건물을 쪼개고, 나무가 넘어지면서 사원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유적에서 뒤에서도 나올 “칠레” 사람을 만났는데, 언뜻 보기에는 유럽 사람처럼 생겼지만 칠레에서 태어나서 뉴질렌드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웨이터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여행중이라고 한다. 자기 자동 카메라에 땀이 묻었는데, 닦아달라… 필름의 ISO가 뭐냐, 어디서 사냐.. 등등 참.. 궁금한게 많은 친구였다. 나중에 캄보디아를 떠날때 다시 만나서 재미있는 해프닝을 만들어준 친구다.
따쁘롬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21.html


정식 가이드가 아닌 동네 아이가 가르쳐준 포인트. 따쁘롬에서 제일 큰 나무라고…
따쁘롬 가이드를 해주겠다는걸 “no thank you”했더니, 의외로 “ok. bye~”란다. 쿨 ~한놈.


따쁘롬을 나오는 길에서 연주중인 장애인 연주단.
당연히 구걸이 목적이다. 장애인들은 앞줄에,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뒷줄에

따께우(Ta Keo)
10세기 후반-11세기 초반, 자야바르만5세-수리야바르만 1세
굵직 굵직한 느낌의 사원으로, 미완성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따께우


따께우 꼭대기의 탑

차우 싸이 떼보다(Chau Say Tevoda)
11세기 말-12 세기 초, 수리아바르만 2세
복구중이라 들어갈 수 없으며, 톰마논 맞은편에 있다.
차우 싸이 떼보다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18.html


차우 싸이 떼보다

톰마논(Thommanon)
11세기 말-12 세기 초, 수리야바르만 2세
중앙 사원과 도서관으로 구성된 조그마한 건물로, 아담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다.
톰마논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19.html


톰마논

이렇게 힘든 오전 일정이 끝났다. 점심은 씨엠리엡 시장에서 현지인들의 음식을 먹어봤다. 태국과 그리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 음식들이어서 쉽게 먹을 수 있었고, 특히 우리나라 보리차 같은 물을 얼음과 함께 무료(!)로 주는것이 좋았다. 가격은 볶음밥, 국수 $0.5 – $1 정도.


수즙은 음식점 소녀, 내가 주문한 국수를 만드는 중


씨엠리엡 풍경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조금 쉰뒤에,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롤레이 라는 곳을 들렀다가 똔레삽 호수로 가는 것이나, 툭툭 기사가 우리 말을 잘못알아들어 바로 똔레삽으로 갔다. “롤레이로 가자”는 말에, 거긴 멀고, 볼거도 없고, 사원을 보고 싶으면 똔레삽 옆에 사원이 있으니 거기엘 가라.. 라고 한다.
게다가 똔레삽에 내려서 상당히 지저분하고, 불량스러워 보이는 곳을 걸어서 가라고 한다. 길이 험해서 툭툭은 갈 수 없다고. 그러던 차에 경찰이 왔다. 이 경찰들은 외국인 보호해 주기 위한 일을 하는듯 한데, 툭툭 돈을 냈으면, 툭툭은 똔레삽 투어 선착장까지 가야 한다고 하고, 우리 툭툭 기사는 길이 나쁘고, 세명이라 못간다고 배째라고 하고. 결국 내가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툭툭엔 나머지 두명이 타고 선착장 앞에까지 갔다.
“Are you OK?” 경찰이 신경써준다. “It’s OK. Thanks” 라고 하며.. 얘들이 돈 달란 말인가? 하는 사이 씨익 웃고 간다. 아… 왜 이렇게 사람의 친절을 못믿게 되었단 말이냐.

똔레삽 호수(Tonle Sap Lake)
동양에서 가장 큰 호수.
경찰과 동네 주민들이 똔레삽 호수 배 관광 코스를 개발하여 돈을 받고 관광을 한다. 원래는 배 한척당 얼마.. 이런식이었는데, 요즘은 경찰이 나서서 사람당 얼마.. 로 계산한다고 한다.
선착장 주변에는 무슬림, 캄보디아인 등이 모여서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50년대 생활상 정도 되나? 상당히 어렵게 사는듯 하다.(우리 눈에 어려워 보이는거지, 실제 그들이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수상가옥에 사람들이 살면서, 물위에 교회, 학교, 시장, 집이 모두 다 있다.
배에는 우리 셋과, 운전사 한명, 가이드 한명이 탄다. 규정상 배 위에서는 추가 요금이 없지만, 가이드(14살이랬던가?)는 내가 설명해줬으니 나한테 “돈($1)을 줘!”가 아닌, “돈을 줄 수 있냐?”랜다. “no…” 애가 실망했다. 결국 내릴때 나한테 있는 잔돈을 긁어서 $1가 좀 안되는 돈을 팁으로 줬다. 그녀석은 받고도 아무런 기색도 없고, 왜 내가 미안한건데? -.-;


배가 다니고, 물은 더러워 보이지만, 그들은 이 물로 씻고, 밥도 하고…


가이드 역할을 하는 꼬마(영어를 한다)


배를 운전하는 아저씨(영어를 못한다)


호수로 나가면, 정말 바다 같다. 파도도 치고, 수평선 밖에 안보이고.
우리보고 수영하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 깊이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no thank you”


수로는 더이상 수로가 아니다. 골목길이다.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레스토랑에 내려준다. 똔레삽 호수와 전혀 상관없는 뱀, 악어를 보여주고, 피싱 팜(fishing farm, 양식장)에서 메기같이 생긴 물고기를 보여주고. 입장료는 없지만, 예의상 음료수나 맥주를 마셔야 한다. 그러면 똔레삽에서 잡히는 민물 새우를 쪄서 준다. 맛은 그저 일반 새우랑 같지만, 술집에서 팝콘을 주듯이 새우를 주는것으로 보아 새우가 많이 잡히는것 같다. 세명이서 맥주를 하나씩 먹고, 새우를 4접시나 먹었다. 일하는 꼬마 여자애들이 “또? 그럼 맥주 하나 더 먹어..” “no thank you. more shrimp please.” 실갱이 하면서 열심히 먹었다.


레스토랑 꼬마애와 애완용 원숭이와 큰형님


뱀을 두른 종환씨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 나는 내일 방콕으로 떠나고 나머지 둘은 하루 더 쉬었다가 방콕으로 간다길레 마지막 파티아닌 파티를 중국 레스토랑에서 벌였다. 첫째날 갔던곳은 비싸서 시장길레 있는 다른 레스토랑엘 갔고, 고량주가 없다고 해서 첫째날 그 레스토랑엘 가서 술을 사오고… 역시 한병을 모두 마셨다.
둘은 씨엠리엡 디스코텍에서 젊음을 불사른다고 하고, 나는 피곤함을 지우기위해 마사지를 받았다. 이름하야 “Blind massage” 맹인이 나와서 한다고 한다. 1시간에 $3. 이 동네도 마사지 하면 우리나라처럼 두가지 상상을 하는데, 맹인 하는 마사지와 삐리리한 마사지. 내가 간곳은 일단 여러명이 탁 트인 곳에서 밝은 조명아래에 마사지사는 하얀 의사 가운같은걸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건전”한 마사지 샵이었다.
나이든 맹인 할머니가 해줬는데, 악력이 쎄서 1시간 받은 뒤에는 정말 몸이 녹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적당한 팁을 주고 싶었으나, 나를 해준뒤 바로 쓰러져서 잠을 자는 바람에…

이렇게해서 캄보디아의 모든 여정은 끝이 났다. 내일 아침 일찍 방콕으로 떠난다.
앙코르… 나중에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다. 단, 비행기로 오거나, 태국에서 들어오는 길이 좀 더 좋아지면. 🙂

2003.12. 6 – 하루 종일 이동
하루 종일 이동에 힘들어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았다.

씨엠리엡에서 방콕 카오산 까지 가는 미니 버스가 $9-$10 짜리로 있었지만, 그 멀고 험한 길을 미니 버스로 가는게 힘들어서 뽀이뺏까지만 가기로 했다. 거기서 올때 처럼 고속버스로… 터미널에서는 카오산이 아닌 지난번 여행때 좋은 숙소였던 쑤쿰윗의 Suk11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 6시에 뽀이뻿까지 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씨엠리엡을 돌고 돌아 여행자들을 태운다. 어제 만난 칠레 녀석(이름이 곤두라스였나?)을 다시 만났고, 그는 뽀이뺏까지 가서 기차로 방콕으로 간다고 한다. 그게 더 싸다고. 그러던 차에 거대한 몸집의 서양애 둘이 버스쪽으로 걸어온다.. 잽싸게 둘러본 결과 내 옆자리밖에 안남았다! 아뿔싸. 제발 타지 마라, 타지 마라… 결국 탔다. 거대한 덩치 하나가 타서 내 옆을 보더니 뒤로 가서 보조의자에 앉는다. 두번째 덩치는 탔다가 다시 내린다. 앗싸아~ 내렸다가 물을 사서 다시 탄다. 내 옆자리에~ ㅠ.ㅠ 거대한 엉덩이에 밀려나고, 특유의 땀냄세에 놀라고… 그녀석도 미안한지.. “Oh.. I’m sorry, I’m big.”이랜다.
이 녀석은 네덜란드 사람인데, 미국 친구랑 같이 다니며 유창한 영어를 한다. 게다가 뒷자리 프랑스 애들과는 불어로 농담따먹기를 한다. 대단한다. 머.. 유럽은 워낙에 많은 언어를 쓰니깐.

드디어 4시간만에 뽀이뺏에 도착했다. 구석에 떠밀려서 자느라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네덜란드애가 다왔다고 깨우는데… 놀래서 쳐다 봤더니 웃는다. 꼴사납게 잤나? 코골았나? ㅋㅋ
이제부터 칠레 녀석의 차례다. 내리자 마자 또다시 질문 공세를 편다. 기차역이 어디냐(모른다), 몇시냐, 일루 가는거냐… 등등. 그러다가 캄보디아 출국 심사에서 칠레 녀석의 여권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문제없이 도장을 찍어주는데 칠레 녀석의 여권에는 태국 비자가 없다고 출국 도장을 안찍어준다. (한국과 칠레는 태국에 무비자로 3달간 체류가능하다)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서 난 얘기만 들어주는데, 녀석이 기차시간이 없다고 징징거리면서 F*ck을 연발하며 태국 쪽으로 뛰어간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중에 우리가 제일 마지막이었다. 태국 국경에서는 캄보디아 출국 도장이 없으니 다시 가서 받아오라고 하고, 녀석은 돌아버릴 지경에 이르러서 나보고 “내 짐좀 맡아줘, 나 갔다올께”하며 또다시 캄보디아 쪽으로 뛰어간다.
나야 바쁠게 없으니까 머… 기다려줬다. 도장을 다시 받아와서는 또 몇시냐, 기차 놓치겠다. 기차놓치면 어떻게 가느냐.(난 고속버스로 갈껀데, 우리가 타고온 미니버스에 돈을 좀 더 내면 방콕까지 간다..) 얼마냐… 또 몇시냐.. 아마 100여가지의 질문은 했을거다. -.-+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국경을 넘고, 그 녀석은 미니버스를, 나는 툭툭을 타고 아란 터미널로 가려고 헤어지는데… 난 정말이지 “thank you”정도는 할 줄 알았다. 내가 “bye, good luck”했더니, 이녀석 말도 없이 손만 올렸다 내린다. 고마움을 모르는 칠레 놈.

다시 아란 터미널에서 갈때 들렀던 식당에서 똑같은 밥을 먹고, 버스 타려고 갔다. 휘유~~~ 20분만 늦었어도 차가 없을뻔 했다. 오후 3시가 그날의 막차라니… -.-;

그렇게 다시 태국으로, 방콕으로 돌아갔다.

방콕 북부 터미널에는 7시쯤 도착했고, 쑤쿰윗(방콕의 도심)으로 가는 지상철(BTS)를 타야하는데, 터미널에서 역까지 걸어갈 수 없는 길이란다.. 택시를 타고, 지상철을 타고… 결국 카오산 까지 미니 버스로 가는거에 두배의 가격이 들었다. 괜히 잔머리 굴리다가 돈만 쓰고. 시간은 더 늦고. (미니버스는 5시쯤에 카오산 도착) 그렇게 찾아간 Suk11에서는 예전의 친절함은 없고, 방은 깨끗했지만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라 약간 실망. 얘기나 할까 해서 내려가본 거실에는 “너 동양애지? 영어 못하잔아…”란 눈빛의 외국애들이 쳐다보고.. 아무말 없이 맥주한잔 빡세게 먹어주고 올라와서 잤다.

내일은 “두씻 정원”에 갔다가 밤차로 다이빙을 하러 꼬따오로 내려간다.

2003, 태국 #prologue
2003, 태국 #1 – 방콕
2003, 캄보디아 #2 – 앙코르 1
2003, 캄보디아 #3 – 앙코르 2
2003, 캄보디아 #4 – 앙코르 3
2003, 캄보디아 #5 – 앙코르 4
2003, 태국 #6 – 방콕
2003, 태국 #7 – 꼬따오(다이빙), 꼬싸무이
2003, 태국 #8 – 아유타야
2003, 태국 #epilogue

@ F80D/24-85G/G5, 앙코르-캄보디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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